아이의 혀에는
미뢰가 3배 더많아
맛에 예민합니다.
1991년 4세, 어느 날 부모님께서 검정색 액체를 가져와서 먹으라고 하셨다. 겉면에는 항상 사슴과 인삼이 그려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남김없이 다 마셔야 했다. 쾌쾌한 향과 함께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쓴맛을 견디면서, 코를 막고 순식간에 마셨다. 그리고, 빠르게 자두맛 사탕을 입에 넣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랬다. 왜 그것은 아무리 마셔도 줄지 않는 걸까? 그리고, 죄송하지만 몇 번은 엄마 몰래 버렸다.
불쾌한 향으로 인해, 먹기 전부터 힘들었다. 몇 번은 먹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거절 당했다. 자식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 선량한 의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그것은 순응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세상이었다.
왜 4세 아이에게
고통스러웠을까?
나는 그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추려냈다.
- 블렌딩 개념 부재
- 고온에 의한 탄화
- 부재료 식물혼합농축액의 부조화
첫째, 블렌딩의 개념 부재. 블렌딩은 주로 커피를 음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단어다. 원두를 생산지별로 구분하고, 볶은 원두와 생두를 조합하여 만들어낸다. 블렌딩은 더 나은 맛과 향을 경험하기 위해 추가되는 과정이다. 특히나 아이의 혀에는 여러 가지 맛을 느끼는 ‘미뢰’가 성인보다 많다. 미뢰는 영유아 때에 성인보다 3배가량 많고, 만 8세 이후로 점차 줄어들게 되며, 이처럼 미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채소,과일,식물원료 자체가 가지는 쓴맛이나 향을 불쾌한 맛, 냄새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맛과 향의 가치가 음용의 첫번째 기준이 된다.
둘째, 고온의 추출법의 문제. 재료에 관계없이 고온에 탄화하면 비슷한 맛과 향이 생성된다. 예를 들어, 유기농 배를 고온100C에 중탕하면, 어릴 때 먹던 식물혼합농축액의 맛과 향을 재현할 수 있다. 원료의 맛과 향은 우리가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빠르게 추출하는 고온중탕법의 결과물인 것이다. 유기농업체들이 원료의 품질만을 내세우지만, 그 기술은 재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재료의 영양소와 향은 다른 영역의 물질일까? 향은 단순히 냄새 맡을 수 있는 분자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그 자체로서 영양소이다. 따라서, 이 영양소를 보존하고 제품에 담아내야 한다. 단순히 고시된 진세노사이드만을 높인다고 해서 홍삼의 퀄리티가 한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고온중탕법은 향분자 영양소 포함 모든 영양소를 파괴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몸에 나쁜 성분이 생성될 수 있다.
셋째, 부재료의 문제. 부재료는 보통 당귀, 천궁, 작약, 맥문동 등을 일컫는다. 이런 재료들은 개별재료로서 쓰이지 않고, 첨가물로 쓰이는데 맛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어릴 때 먹던 식물혼합농축액 맛의 8할은 저 부재료들에 의한 것이다. 홍삼과의 여타 약용작물과의 조합은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알 수가 없다. 홍삼의 원가가 높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투입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미래세대 홍삼의 조건.
- 저온추출 유기농 원료사용
- 부재료 식물혼합농축액 제외
- 새로운 블렌딩 개발
유기농 홍삼은 블렌딩의 난이도가 높다. 개별재료를 모두 유기농으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온에서 추출하는 유기농 원료를 가능한 한 모두 구해 한자리에 펼쳐보았다. 사과, 감귤, 당근, 토마토, 돼지감자, 배, 메이플, 빌베리, 블루베리퓨레, 아로니아, 블랙베리, 딸기, 아사이베리, 오디, 상추, 브로콜리, 호박, 고구마, 레드비트, 석류, 포도. 크렌베리 등등.
깔끔한 맛을 추구했기 때문에, 3가지 원료의 블렌딩을 목표로, 50가지 유기농 재료의 3가지 조합경우의 수를 설정했다. 50*49*48=117,600 너무 많았다. 이 개별 경우에서 농도를 달리해 테스트 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무한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몇가지 원칙에 근거하여, 소거법으로 조합의 수를 줄이고, 이후에는 직관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91
나는 쓴것도 쉽게 먹는 군필의 대한민국 성인이지만, 4살의 기억으로 되돌아 가본다. 유리가게의 수많은 투명유리들 , 아스팔트 대로변에 지나다니는 90년대 차들, 슬레이트 지붕에 올라간 배드민턴 공, 내가 이름을 붙여준 하얀 진돗개, 꼬마 친구들, 은색 세발 자전거, 호주머니에 차고 돌아다니던 투명한 구슬들.
당근이 싫어 당근을 뺐다. 사과농축액은 너무 셔서 어릴 때 먹던 사과맛이 아니었다. 빌베리는 심지어 더 신맛이 난다. 비트는 채소도 아니고 과일도 아닌 맛. 아로니아는 너무 떫은 맛이 난다. 호박은 단호박 맛을 기대했으나, 늙은 호박맛이었다. 오디는 양파즙을 같이 생산하는지 양파냄새가 나서 제외했다. 토마토는 향이 너무 강하고, 브로콜리는 녹즙같다. 돼지감자는 그냥 아이들에게 주면 안된다. 유기농 블루베리는 액상이 없고, 퓨레형태만 존재해, 음용에 방해되는 덩어리가 떠다녔다.
홍삼의 향을 부드럽게 마스킹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줄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했다. 나는 유기농 배와 유기농 메이플 시럽을 택했다. 각각 부재료의 맛과 향도 뛰어남은 물론이고, 3가지 재료를 조합했을 때 관능적으로 우수했다. 조합이 확정되고 농도를 달리하며, 100여가지 테스트했다. 그리고 내 기준에 부합하는 균형을 찾아냈다.
특히,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들어진 유기농 메이플시럽은 (아주 비싸지만) 단독과 조합의 경우 모두 우수한 풍미를 선사했다. 올리고당이나 설탕, 일반적인 시럽은 밸런스가 단맛 한쪽에만 크게 치우쳐져 느끼한 거부감이 드는데, 메이플시럽은 아주 자연스럽고 다양한 풍미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배농축액은 호불호가 없이 전연령층이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좀더 나은 기호를 위해 추가했다.
12개월 아기들에게 테스트했다. 조카는 잘 먹었다. 더 달라고 했다. 무언가를 더 먹고 싶을 때 내는 음~~ 소리를 냈다. 두 포도 잘 먹고, 세포도 잘 먹었다. 아기의 문화센터 친구들에게 먹여보았다. 잘 먹는다. 두번째 아이도 세번째도 네번째도 다섯 번째도!
나는 향수를 제조하거나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특정한 커피를 블렌딩해 본적은 없지만, 그 과정은 유사한 구조일 것이라 확신한다. 모든 것은 맛과 향의 특정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직관적인 과정이다. 맛을 데이터화 하는 기계가 있으나, 직관을 돕는 것이지 대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성인용 홍삼의 맛과 향은 어떠 해야할까? 킨텍스와 코엑스에는 주기적으로 식품박람회가 열린다. 그곳에 가면 온갖 종류의 홍삼이 있다. 내가 원하는 맛은 없다. 좀더 입에서 묵직하게 넘어가기를 바랬으나 그렇지 않다. 거의 전부다 바디감이 약하다.
레퍼런스가 없는 상태에서 홍삼농축액의 맛과 향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것은 제조과정을 처음부터 빌드업하는 수준이었다. 냉침(찬물에 넣어두기)을 일정시간 적용후에 추출하면, 더 많은 성분이 추출된다거나, 추출차수를 높이면 바디감이 향상되거나, 끓는점을 낮추는 진공을 적용하면 원물의 맛과 향을 보존하거나 이런 Fact들을 실제로 제조과정에서 발견했고, 제조법을 빌드해나갔다. 미래홍삼 성인용 제품은 바디감이 강하고, 유기농홍삼 특유의 향이 강하다. 이것은 좀더 좋은 삼겹살에서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음용하는 대다수의 성인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한 차이이다.
나는 이 작업을 하면서, 맛과 향에 대해 개인적인 인사이트를 획득했다. 결국엔 원물 그대로를 담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는 것. 인류가 약용작물의 추출법을 발전시켜오며 달성하려고 했던 수준도 원물이라는 것. 맛과 향, 바디감을 형성하는 물질자체가 영양소라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연구된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예를 들어 10배높은 해외의 제품을 먹었을때 별효과를 못 느낀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생명체에 대해 몇몇 데이터로 이해하려는 제한된 사고방식 때문이다. 천연복합물질은 몇가지 영양소로 그 성질을 완벽히 표현할 수 없다. 요컨대, 천연물질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이며, 다양한 악기가 만들어내는 양자적 간섭무늬이다. 안타깝게도 모든 성분을 분리해 개별성분을 연구하기에는 노동과 자본의 한계가 있다. 미래홍삼은 확정된 유효성분 지표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내지만, 그 너머에는 더 큰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단어에서 그 모든 교향곡을 느낄 수 있고, 말그대로 자연스럽게 미래홍삼을 좋아해 주시는지도 모르겠다.